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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매 노인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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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 모시기


전통적으로 효를 미덕으로 삼고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려지던 우리 나라에서도 부부중심의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언제부터인가 65세 이상 노인들 중 53%가 자식들과 따로 살고 있습니다. 한 집에서 3대 혹은 4대가 모여 살던 시절에는 병환에 든 노인 모시기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병든 부모를 성심껏 공양하는 것이 첫째가는 덕목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노인을 다리에서 떼민다는 뜻인 데폰타니(depontani)라 불렀습니다. 부양에 힘이 드는 부모를 다리 위에서 떼밀어 익사 시켰던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남태평양의 일부 섬에서 부양에 힘든 부모가 생기면 야자나무에 올려놓고 자식들이 흔들어 추락사시키는 관습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끔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되듯이 치매에 걸린 노모를 낯선 곳에 버리는 자식도 있으니 이들과 다를 바가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병든 부모를 오랜 기간 동안 잘 모시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어린아이처럼 잠시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되는 치매 노인을 보살피기란 정말 힘이 듭니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가장 좋은 치료약은 따듯한 사랑입니다. 병원에서 치매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노부부끼리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오시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느 분이 환자고 어느 분이 간호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진 분들도 있습니다. 아마 자식들은 도시에 나아가 살며 가끔 용돈이나 보내주며 지낼 것입니다. 이웃 일본처럼 노인복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노인들께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 보다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로우며 개인주의가 철저하게 발단된 미국에서도 치매 환자의 약 70%는 가정에서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물론 건강히 지내시는 동안에는 오히려 자식들의 공양을 부담스러워 하며 자신들만의 오붓한 삶을 오히려 즐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통크족(two only no kid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식간에 끈끈한 정이 점점 사라져 가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지요. 자식 부부와 함께 사는 노인들 중 상당수가 최소한의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따로 살고 싶어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계층에 속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늙고 병이 들면 누구든 편안히 자식에게 공양을 받고 싶어할 것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성심껏 정성을 다해 부모 모시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다소 불편하고 어려웠을지라도 과거의 대가족제도가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을까 도 생각해 봅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어른을 편히 모시려는 효심을 몸으로 배울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핵가족 중심의 바쁜 도시생활로 인해 효와 같은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사라져 가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지녔던 효심을 되찾는다면 치매라는 질환이 그렇게 두려운 병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급속히 발전해 나가는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효를 고집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할수록 노인 인구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치매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갈 것입니다. 20년 혹은 30년 후 우리들 자신이 치매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극한 효심으로 노인을 공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후손들의 효에 대한 교육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노인들을, 치매환자들을 대하듯이 미래에 우리 자손들이 우리를 대할 것이니 말입니다.

발췌: 하이닥 (www.hidoc.co.kr)